수몰버스
W. 서라
덜컹.
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불현듯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 아무래도 버스 안에서 깜빡 잠들어버렸던 모양이에요. 눈을 뜨면 들어오는 풍경은 텅 빈 버스의 내부. 그야말로 '나 자신'을 제외한 탑승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별로 대수롭지는 않습니다. 그야 내가 타고 있는 버스는 종점까지 우회해서 가는 번호의 버스니까요.
그래서, 어디쯤 왔지? 그 전에 목적지가 어디였더라…. 깨어난 직후인지라 정신이 몽롱합니다. 덜컹. 방지턱 탓에 버스가 또 한 번 크게 흔들립니다. 그 불친절한 진동과 함께 뒤늦게서야 품에 안고있던 국화꽃다발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 그제야 흐릿한 의식 너머로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그렇지. 오늘은 사랑하는 KPC의 첫 번째 기일이었죠. 그러니 탐사자는 KPC가 잠들어있는 납골당으로 향하는 길이었을 겁니다. 거기까지 떠올리면 문득 버스는 인적이 드문 정류소에 정차합니다. 탑승구가 열리고, 올라타는 승객의 모습에 탐사자는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 버스 위에 올라탄 사람은, …1년 전 죽었던 KPC였으니까요.